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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무덤부터 신전까지...‘이집트’ 고대 유적을 향해 떠난 특별한 여행(2024.01.28) | 2024-02-08 16:19:39 | |
<아부심벨 대신전으로 불리는 람세스 2세 신전 전경/김찬호 기자>
여행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의 대세는 자유여행이다. 규모도 나 홀로 혹은 소수가 함께 떠나는 정도로 단출해졌다. 인터넷 검색 한두 번이면 현지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우르르’ 몰려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단체여행으로 모집하지만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 대부분은 자유인 상품도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이러한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 곳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경우다. 또 볼거리는 많은데 관련 정보가 제한된 경우도 있다. 혼자서는 제대로 된 관광이 어려운 사례다. 대개 둘 중 한 가지 문제가 자유여행의 발목을 잡는데 가끔씩 이 모든 상황이 겹쳐서 나타날 때도 있다. 가보고는 싶은데 안전한지 모르겠고, 섣불리 갔다가 무엇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할 것만 같은 곳, ‘이집트’가 그렇다. 이집트는 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는 곳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등을 통해 묘사된 이집트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문제는 한국과는 1961년부터 영사 관계를 수립했지만 생각보다 알려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 유튜버 등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지만 이때 보여지는 이집트는 호객과 인종차별만 가득한 곳이다. 이처럼 가보고 싶다는 ‘바람’과 ‘망설임’이 교차하는 상황은 점차 이집트를 닿을 수 없는 신기루로 만들어 갔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이 문제의 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이집트 문명 탐사’의 등장이다. <이집트 기자 지역에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김찬호 기자>
기본적으로 ‘2024 이집트 문명 탐사’는 ‘단체여행’이다. 10명 단위로 움직이는 일반 ‘패키지여행’과는 규모가 다르다. 참여 인원만 32명이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마치 학창 시절 수학여행 가듯 2주 가까이를 함께 움직인다. 목표는 오직 고대 이집트가 남긴 유적을 둘러보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대로 시대를 역행한 여행이다. 그런데 특별한 인솔자가 나타나 단체여행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애굽민수’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이다. 곽 소장이 인솔자로 나서며 평범한 단체여행은 특별한 ‘탐사’가 됐다. 실제로 1년에 딱 두 차례 열리는 이 여행에 참여하기 위해 누군가는 신청 재수를 했다. 지난해 신청 시작과 함께 곧바로 마감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열린 곽 소장 강의를 듣는 등 이집트에 대한 예습 과정을 거쳤다. 이들 역시 여행지만 바꾸면 더 편하고 값싸게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32명의 참가자는 더 많은 비용, 시간을 들여 이집트를 선택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이집트 문명 탐사’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이 여행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2일부터 14일까지 이들의 11박13일 일정에 동행해 봤다. 일정: 따라만 다녀도 보인다 <‘이집트 문명 탐사’ 일정 중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을 지불을 네페르타리 무덤 내부 모습/김찬호 기자>
“이것은 관광인가, 학술 답사인가.” 이집트에 도착한지 하루 만에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사실 ‘이집트 문명 탐사’는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문명 탐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역사학과나 유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이집트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누구에게든 열려 있다. 심지어 그것이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관심이 아니어도 된다. 단지 이집트를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탐사를 이끄는 곽 소장을 만나보고 싶다는 ‘팬심’으로 출발해도 환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여행은 분명 관광이다. 문제는 일정에서 생기는 반전이다. 11박13일의 일정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피라미드, 무덤, 신전 등의 유적지나 박물관 방문이다.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낙타 타기나 사막에서 하는 샌드보딩(모래 언덕 위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스포츠) 같은 건 일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적방문으로 꽉 찬 일정은 마치 고대 이집트 관련 유적을 하나라도 더 보자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일행들 사이에선 “힘내서 무덤, 신전 하나라도 더 가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흘러나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여행은 분명 답사다. <‘2024 이집트 문명 탐사’ 이동 동선/김찬호 기자>
마치 말장난 같지만 ‘이집트 문명 탐사’는 분명 관광과 답사 그사이 어딘가쯤에 있다. 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는 더욱 잘 드러난다. 우선 전체 일정을 기획한 이는 곽 소장이다. 한국에 단 두명만 있다는 이집트학 전공 전문가 중 한명이다. 그는 일정 내내 입버릇처럼 “여러분에게 고대 이집트를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기간 동안 방문한 유적지가 40여 곳이 넘는다. 이동거리로 환산하면 좀 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이집트 내에서는 비행기,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이동한다.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 북부부터 남부까지를 훑어보는 동선이다. 큰 도시 위주로 보면, 카이로-아스완-아부심벨-룩소르-카이로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 거리만 2000㎞가 넘는다. 그 사이사이 들른 콤 옴보, 에드푸, 에스나, 덴데라, 아비도스 등을 포함하면 거리는 더 늘어난다. 모두 합치면 서울에서 부산을 3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동선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카이로공항에 내리자마자 일행이 향한 곳은 호텔이 아니었다. 곧바로 카이로에서 25㎞ 정도 떨어진 ‘멤피스’라는 곳으로 간다. 기원전 3100년 무렵 상·하로 분열됐던 이집트가 통일된 후 첫 번째 수도로 사용한 곳이다. <이집트 멤피스 야외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람세스 2세 거상/김찬호 기자>
고대 이집트인들은 멤피스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고원에 죽음의 신 ‘소카르’의 이름을 지명으로 붙이고 무덤을 만들었다. 이곳이 탐사단이 두 번째로 향한 ‘사카라’다. 제3왕조 시기 만들어진 최초의 피라미드인 ‘계단식(조세르) 피라미드’를 볼 수 있었다. 이튿날에는 다슈르와 기자 지역을 방문했다. 다슈르에서 제4왕조 시기의 굴절 피라미드, 붉은 피라미드를 봤다. 기자에서는 역시 제4왕조 시기 쿠푸 파라오의 대피라미드를 방문했다. 독특한 점은 하루 뒤 다시 사카라를 찾았다는 것이다. 동선으로만 보면 분명히 비효율적이다. 다만, 두 번째 찾은 사카라에서는 보는 것이 달라진다. 제5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인 우나스와 제6왕조를 개창한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를 본다. 이쯤 되면 머리로 외워서가 아닌 눈으로 봐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계단식→굴절→삼각뿔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또 그 규모는 제4왕조 대피라미드를 정점으로 점점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여기까지 확인하면 카이로에서의 1차 일정이 끝난다. 놀라운 점은 이집트 역사를 고왕국-중왕국-신왕국-말기왕조 순서로 나눈다고 했을 때 ‘고왕국’ 유적 답사 일정도 동시에 끝이 났다는 점이다. <이집트 제3왕조 시기 만들어진 최초의 피라미드인 ‘계단식(조세르) 피라미드’/김찬호 기자>
<제4왕조 스네페루 파라오가 만든 굴절 피라미드/김찬호 기자>
<제4왕조 시기 확립된 삼각뿔 형태의 피라미드/김찬호 기자>
이는 철저히 의도한 결과다. 실제로 같은 방식으로 아스완에서는 중왕국 시대를 중심으로 보고 아부심벨, 룩소르에서는 신왕국 시대 유적을 중심으로 탐방한다. 마지막 카이로 2차 일정에서는 이집트의 근현대인 이슬람 시대를 둘러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이집트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도 시대 변화를 눈으로 익히게 된다. 쉽게 말해, 관광처럼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집트 역사를 모두 조망한다는 것이다. 동선을 이유로 유적을 뒤죽박죽 본 뒤 ‘나는 아는 것이 없다’로 결론 내는 여행과 분명히 차별화된다. 그런데 이런 일정은 애초에 품었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집트 역사를 보고, 듣고 있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왜 즐길거리로 가득한 관광을 두고 이런 여행을 선택했나 등이다. 실제로 탐사 초반에는 이집트 유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뒤로 갈수록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뙤약볕 아래서 곽 소장의 설명을 들으려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이집트 룩소르 왕들의 계곡에 있는 투탕가멘 무덤 내부 모습. 현실(좌측)과 투탕카멘 미이라/김찬호 기자>
사람: 이들은 누구인가 <룩소르 왕들의 계곡 내에 있는 투탕카멘 무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 참가자들이 뙤약볕 아래서 설명을 듣고 있다./김찬호 기자>
평균 나이 41.6세. 23세 최연소부터 66세 최고령까지. 40년의 세월을 초월해 탐사 동료가 된 참가자들의 나이 분포다. 직업을 보면 더욱 다채롭다. 회사원, 선생님, 유학생, 관광 가이드부터 전직 요리사, 아쿠아리스트(수족관에서 수중생물을 기르고 관리하는 일)까지 있다. 이중 이집트나 역사와 직접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애써 작은 접점이라도 찾는다면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사람이 유일하다. 특별한 관련이 없지만 이들이 이집트를 찾은 동기는 저마다 흥미롭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년 연속 탐사에 참여한 두 사람이다. 이중 김한별씨는 “지난해에는 설명을 듣느라 정신없이 보냈다면, 올해는 좀더 여유롭게 둘러보고 사진도 많이 찍기 위해 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유사하게 가족이 먼저 와보고 추천을 한 사례도 있다. 공세정씨는 “지난해에 어머니가 먼저 이집트 문명 답사를 와보시고, 꼭 가보라고 추천해서 오게 됐다”며 “평소 곽 소장님이 나오는 유튜브를 즐겨 봤는데 함께 이집트를 여행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공부를 위해 온 사람도 있다. 영국 런던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이보은·김지혜 부부다. 곽 소장이 설명을 시작하면 이씨는 쉴 새 없이 공책에 설명을 필기한다. 김씨 역시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고, 글, 그림 등을 이용해 메모를 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는 들은 내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거나 감상을 공유했다. 참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이씨의 대답은 인상적이다. “영국 내 박물관에는 이집트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관광객들에게 이를 설명할 때면 ‘내가 이집트에 가보지도 않고 이 유물들을 설명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탐사를 통해 보고 배워서 보다 생생한 설명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이보은씨. 곽 소장의 설명을 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김찬호 기자>
<영국 런던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이보은씨의 노트. 곽 소장의 설명을 정리한 내용으로 가득하다./김찬호 기자>
의미를 따졌을 때 주목할 만한 참가자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이들이었다. 전직 아쿠아리스트인 최환준씨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최씨는 “입학이 결정되고, 시간 여유가 생긴 차에 무엇을 해볼까 고민했다”며 “마침 이집트 문명 탐사 모집 광고를 보게 됐고, 곽 소장님 설명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요리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박석주씨 역시 유사하다. 출국 이틀 전까지 일을 해야 했던 박씨는 “자유여행을 준비할 시간은 없고, 어디론가 떠나고는 싶었는데 마침 이집트 문명 탐사 광고를 보게 됐다”며 “쉽게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운명이란 생각이 들어서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학 중 곧바로 현지로 합류한 박찬웅·이주현 부부는 올해 귀국을 예정하고 있다. 2017년 유학을 시작해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는데 매진한 이씨는 “귀국을 앞두고 유럽과 가까운 나라들을 가보자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어릴 적부터 이집트를 가보는 것이 꿈이어서”, “정체된 삶에 자극을 주고 싶어서”, “관련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등 다채로운 동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참가 동기에서 이집트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여행이 끝난 후 이들의 만족감은 높았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용인씨는 이집트가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일을 시작한 김씨는 부모님 도움 없이 직접 번 돈으로 경비를 마련했다. 그는 “원래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집트 유적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가했는데 아주 만족한다”며 “무엇보다 여러 피라미드에 직접 들어가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박종곤씨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그날 방문할 유적지를 공부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박씨는 “이집트에 오기 전까지는 기원전이라는 시간이 멀고, 허구적으로만 느껴졌는데 막상 그 시기에 만들어진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을 보고 나니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며 “체력적으로도 충분히 참여할 만했다”고 말했다. 4년 전 한 달간 이집트를 자유여행했던 이혜진씨의 평가에서도 만족감은 드러났다. 이씨는 “혼자 한 달 동안 본 유적보다 이번 문명 탐사에서 본 유적 수가 더 많았다”며 “이제는 매년 오고 싶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24 이집트 문명 탐사’의 최연소 참가자 김용인씨. 그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이집트로 왔다./김찬호 기자>
정리하면 이렇다. ‘이집트 문명 탐사’라고 특별히 이집트와 관련이 있거나 유관 전공자들이 참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잠시 덮어뒀던 관심을 이번 기회에 끄집어낸 사람이 많았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이들을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만족 일색인 후기 역시 해당 관점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여행은 참가자들이 좋아할 만한 분명한 특징이 있다. ‘단체여행’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악습의 부재다. 특징: 3무(無) 여행 이집트 문명 탐사가 관광인지, 답사인지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참가하는 사람이 어떻게 느꼈느냐에 따라 결론이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이 ‘관광’아니냐”고 답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다만, 이 여행의 특징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는 단체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들의 부재로 드러난다. 첫 번째 없는 것은 ‘강제 쇼핑’이다. 애초에 쇼핑 항목은 일정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이집트에 체류하는 마지막 날 딱 한 번 시장 방문이 있기는 하다. 이마저도 6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 칸 엘-칼릴리 시장 탐방에 가깝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스치듯 들 때는 있다. “잠깐 쇼핑이라도 하면서 쉬는 것이 나쁘지 않을지도….” 두 번째 없는 것은 ‘추가비용’이다. 비행시간을 제외하면 이집트에서만 11일을 머물지만 특별히 ‘돈 쓸 일’이 없다. 이집트는 물을 포함해 식사 때도 음료를 사서 마셔야 한다. 이때를 제외하면 입장료를 포함한 모든 것이 이미 지불한 금액에 포함돼 있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한 가이드 팁 같은 것도 있을 리 없다. 애초에 이 여행은 수익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탐사 빈도에서 드러난다. 매해 1월 전반기/후반기 딱 두 번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과 관련한 불쾌한 일은 발생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세 번째 없는 것이 참가자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사람’이다. 구체적으로는 ‘비협력자’다. 애초에 이 여행 참가자는 두 가지 자기 검열을 거친다. 우선, ‘비용’이다. 여타 이집트 단체여행보다는 높은 가격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가지 않는 곳을 간다. 콤 옴보, 에드푸, 에스나 등을 가는 것은 이 여행밖에 없다. 이상한 곳을 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애굽민수’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고대 이집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실제로 곽 소장은 현장에서 방문한 이유를 쏟아낸다.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 직장인이 2주 가까이 시간을 낸다는 것은 큰 결심이다. 이들 요소를 종합해보면 참가자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려는 의지로 가득한 사람들만 남는다. 실제로 11일의 시간 동안 아침 집결 시간에 지각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애초에 실패할 확률이 적은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를 반대로 설명하면, 여행하며 보고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동료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집트 문명 탐사’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지난 1월 2일부터 14일까지 이집트 문명 탐사를 함께한 32인의 참가자와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 오경세 ET1 팀장, 야신 이집트 현지 가이드 / 김찬호 기자>
여행이 단조로운 일상을 멈추고, 나를 낯선 곳에 던져 보는 작업이라면 이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은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탐사팀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계속해서 새 글이 올라온다.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이집트에 관해 새로 알게 된 정보를 알리는 내용들이다. 함께 이집트로 떠난 32인이 모인 단체 대화방도, 아무 관심도 없던 이집트 관련 다큐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도 모두 이집트로 떠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다. 그렇게 단조롭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집트 문명 탐사’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집트 문명 탐사’ 기간 둘러본 유적지에 대한 소개는 별도 기사 “애굽민수가 추천하는 ‘이집트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유적 5곳’”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집트 |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