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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칼럼]윤석열 정부 인구정책, ‘용감한’ 역주행(2022.10.13) | 2023-01-02 16:02:38 | |
윤석열 대통령이 부쩍 자주 ‘인구’를 거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는 “인구문제는 미래에 다가올 이슈가 아니라 현재 이슈”라며 “모든 분야의 정책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내놓는 정책마다 퇴행적이라는 점이다. #1. 여가부 폐지로 인구 늘린다? 정부가 지난 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내 차관급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방점은 인구문제에 찍혔다. 합계출산율 0.75명(2분기)까지 내려온 한국의 ‘이례적인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연구 주제다. 한국 출산율을 주제로 한 논문을 연달아 발표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 인터뷰가 최근 국내 언론(한국일보 9월29일)에 실렸다. 그는 “한국 저출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라며 “성평등을 이루기 전까지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이대로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여가부 폐지로 추세를 바꿀 수 있을까. 국제사회 상식은 오히려 성평등 전담기구 강화다. 2020년 기준 세계 160개국에 독립부처 형태의 성평등 전담기구가 있고, 97개국은 장관급이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지난해 각국의 성평등 전담기구 강화를 권고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성단체들의 논평대로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던 과거로의 퇴행”이며, 한국 인구문제를 우려하는 세계의 조언과 정확히 반대다. #2. 오세훈 “외국인 육아도우미 제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제도를 공식 제안한 후 페이스북에도 이를 알렸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도우미를 싼값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우미를 고용법 적용에서 제외해야 하고, 고용 가정이 건강보험, 병원비, 항공료 등 관리비용 상당액을 부담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월 76만원은 부담이 안 되나’ ‘집이 얼마나 넓어야 입주도우미를 부르나’ 등 댓글에선 위화감도 읽힌다. 무엇보다 한국과 출생률 꼴찌 다툼을 하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해법의 롤모델이 될 순 없다. 공보육·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부모와 아이 친화적 사회를 만든 것이 출생률 반등에 성공한 선진국들의 정공법이다. 우린 반대로 내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을 19.3% 삭감했다. 명백한 ‘각자도생 육아 강화’의 시그널이다. #3. 법무부의 이민청? 통합 흐름 역행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갈 체제를 갖춰 나가자”고 밝혔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할 문제”라면서도 “우리도 늦지 않게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민청 설립 의지를 나타냈다. 인구절벽 우려로 적극적 이민정책을 펴겠다는 것을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책 추진 순서가 틀렸다. 현재진행형인 이주노동자들의 반인권적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움막에 재우면서도 주거비는 떼 가고, 산재와 성폭력 위협은 높고, ‘고용허가제’ 족쇄로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사업장 이동이 제한돼 쉽게 ‘불법체류자’ 딱지가 붙는 나라, 가족 동반이 허용 안 돼 생이별하고,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된 분위기에서 “사회와 지역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한 장관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주요국들을 보면 체류 관리에 치중했던 법무부 역할은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국제 이민 추세와 역행한다. 경향신문은 2019년 <다시 쓰는 인구론> 신년 기획기사에서 인구문제의 지속 가능한 해법을 짚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행복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람값은 싸고, 한 명 한 명의 가치는 기업, 국가 등 집단의 가치보다 한없이 가볍다. 인구가 늘면 사회가 달라질까.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달라져야 인구가 변화하리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당시 기사의 일부다. 지금은 그때보다 출생률도, 관련 대책들도 나빠지고 있다. 현 정부 정책의 영향이 5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적이다.(송현숙.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2022.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