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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국민의힘, 말끝마다 “국민, 국민” 하지 말라 | 2024-12-12 18:25:42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말끝마다 국민과 대한민국을 언급한다. 지난 5일 “탄핵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을 때도,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을 때도, 다시 이를 뒤집을 때도 국민을 앞세웠다. 지난 8일 대국민담화에서도 역시 국민은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국민 생활의 안정입니다.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사태를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이후 본인의 선택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다. 무도한 정권의 국회 침탈을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냈다. 유혈사태의 공포 속에서도 계엄 해제에 힘을 모아 멈출 뻔한 민주주의 시계를 다시 살려냈다. 그러나 빠른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 불참으로 배신했다. 대체 누가 국민의 대표이고,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국민들이 불의한 권력과 맞서 싸워 피와 땀으로 써내려왔다. 2016년 촛불혁명에 이어 2024년 계엄령 해제를 이끌어낸 장면까지, 질서 있는 민주주의의 실천 과정에 세계가 경의를 표했다. 세대와 이념을 초월한, 그야말로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런 국민 이미지에 기대어 연명하고 있다. 당명으로 오염된 ‘국민’에 모욕감을 느낀다.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라는 민심이 하늘을 찌른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은 76.1%로 압도적이었다. 날마다 여의도에서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지난 9일 밤,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인 시민들이 ‘내란 동조 국민의힘’이란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장면은 민심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계엄령도, 대통령 탄핵안 불발도 국정 발목잡기를 일삼는 민주당 탓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국민의힘에 모든 기회를 다 줬다. 2021년 4월7일 재·보선에서 서울·부산 시장을 당선시켰고, 2022년 3월 대선과 3개월 후의 지방선거에서 내리 완승을 안겼다. 언론은 “민심은 윤 정부를 밀어줬다”는 평가를 내놨다. 신승한 대통령이 잘하길 바라는 응원이자 기대였다. 그런데 제대로 일하지 않고, 전 정부 탓만 계속하더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난 4월 22대 총선 완패 이후엔 아예 모든 것이 야당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줄곧 거부권만 행사해 국회를 무력화했다. 야당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국회를 적으로 돌린 최악의 정부.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런 정부와 대통령을 막지 않았다.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대통령 심기 경호와 거수기 역할로 사태를 악화시켜, 국회를 침범한 괴물의 숙주가 됐다. 대통령은 여전히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고, 구속된다 해도 옥중 통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군 통수권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다. 경제와 산업, 외교 모두 난장판인,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깝다. 이게 질서 있는 퇴진인가. 국민의힘이 말끝마다 외치는 국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계엄 트라우마로, 잠 못 자고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질서 있는 퇴진론’이 더 무질서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질서 회복은 대통령 탄핵에서 시작된다. 국가 운영은 질서의 근간인 헌법에 따라야 하고,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헌법상 규정은 탄핵뿐이다. 국민의힘 강령엔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 …산업화 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하고, 논평도 내놓지 않았던 정당, 국민 다수가 원하는 대통령 탄핵안에도 부결 당론을 정하고 불참한 정당, 당신들이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너무나 행태와 동떨어진 강령에 쓴웃음이 나온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이다. 국회법 114조의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당론이 국민의 뜻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다. D-2.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 |